“전국배생산자협의회(가칭) 설립해 지속 대응해 나갈 것”
폭염과 일소피해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전국 배 농가들이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분노하며 실질적인 재해대책 마련과 농작물재해보험 전면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폭염·일소피해 배농가 비상대책위원회와 폭염·일소피해 전국배농가 연대회의는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폭염·일소피해 배 재해대책 촉구! 배보험 전면개정! 전국배농가 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나주, 천안, 아산, 안성, 평택, 상주 등 전국 배 주산지에서 농민 200여 명이 참석해 폭염과 일소로 인한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농작물재해보험 조사 방식을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참석 농민들은 “8~9월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비상품과가 60% 이상 발생하고, 폐기처분해야 할 일소피해과가 30%에 달했다”며 “배 봉지 내부 온도가 48도까지 치솟으면서 과육이 삶아지고 쪄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특히 수확기와 저장 과정에서 배가 물러지는 피해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농가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의 실효성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봉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업 경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잦아지는 이상기후로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농민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험 조사 방식이 원칙 없이 운영되면서 농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배농가가 입은 피해는 명백한 자연재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이어 각 지역 농민 대표단은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이후 대회장에 나온 정재원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장은 “관련 내용을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자, 현장 농민들은 이를 “말뿐인 대책”이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조속히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전국 배농가들은 재해보험 가입을 전면 거부하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택 지역 대표단 이영수 농민은 “최근 벼와 레드향 등 일부 작물에 대해서는 재해 인정을 받았지만, 배의 경우 피해 규모가 훨씬 크고 광범위함에도 대책은커녕 구체적인 답변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농민들은 이날 집회를 계기로 ‘전국배생산자협의회(가칭)’를 설립해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보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농민들의 요구는 배농가 피해 보상을 넘어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 경영 위험 전반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따라 농가의 불만과 신뢰 회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