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인터뷰- 안재경 농식품산지유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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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유통조직·APC 연계…품목별 실행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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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식 농가 참여와 자율적 생산량 조절까지 고도화 밑그림
Q. 현행 농수산물자조금은 수급불안에 대한 생산자 개별 대응의 한계 극복과 시장개방 등을 대응하기 위해 도입·운영 돼왔다. 하지만 그간 제도의 운영과 변화된 여건 등을 감안해보면 사업 내실화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제가 즐겨 가는 식당은 친정 엄마 밥상처럼 정성 가득한 밥집인데, 주인장이 내 놓으시는 반찬 수가 밥과 국을 제외하고도 12개나 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식문화로 인해 소량 다품목 생산체계가 일반적이었고, 유통·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품목 전문화가 촉진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농가별·품목별 재배면적이 작고, 품목 간 전작이 잦은 여건으로 인해 품목 중심의 자조금 제도 정착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늘·양파 등 일부 품목에서 품목 적합형 사업을 추진해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자조금 제도는 농가가 발견할 수 있는 실익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자조금단체를 전문화하고, 지자체 역할을 확대해 산지유통정책으로 육성하고 있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생산유통통합조직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품목별 실행력을 높여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산지주도력을 강화해 수급조절 기능과 함께 농업인의 안정적인 소득향상을 위해 정진해야한다.
Q. 마늘· 양파 등 일부 품목 농산물자조금을 통해 농민이 참여하는 수급관리 주체로서 역할을 이행하는 단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품목별 농산물 자조금의 정확한 역할과 외연 확장에 대한 방법?
A. 마늘·양파 자조금단체가 수급관리 주체로서의 역할을 고도화하고 있어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다. 자조금 용도 중 가장 무게가 실리는 ‘농산물의 자율적 수급 안정과 생산유통 자율조절 이행’ 이 가장 절박한 품목이 마늘·양파이기도 하다.
이에 생산 자율 조절을 위한 자조금 단체의 역할이 성장했다면, 향후에는 효율적인 ‘유통 자율조절’의 실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품목 산업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산 예측량에 따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시장 격리, 합리적인 가격의 발견과 판매, 그리고 수입 조절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관측이 고도화돼야할 것이고, 수급조절센터의 확충, 농협의 역할 강화, 대규모 생산자의 역할과 책임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Q. 지역자조금이라는 단어는 아직 생소하지만 현장에서 하나씩 나오고 있다. 정확히 지역자조금이란 무엇인가?
A.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지역자조금이란 현재 도입 중인 전국단위 자조금에 대한 보완적인 개념으로, 전국자조금 미도입 품목 중 전국단위 수급 관리 필요 품목이면서 지역 집중도가 높고 해당 지자체의 수급관리 역할이 중요한 품목에 대해 지역단위 수급조절을 수행하기 위해 시·도가 육성하는 자조금을 말한다.
우리 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역자조금이 도입될 수 있다고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지역 생산 집중도가 50%(2022 KOSIS 재배면적 기준)를 넘는 품목으로 여름배추(강원 92.0%), 겨울배추(전남, 98.4%), 여름무(강원 97.1%), 겨울무(제주 99.9%), 자두(경북 80.7%), 유자(전남 77.9%), 브로콜리(제주 70.0%), 단감(경남 66.9%)이 있다. 이 품목외에 농업경영체 수가 50%(2023 Agrix)를 넘는 품목으로 당근(제주 50.4%)이 있다.
Q. 지자체 역할과 농가조직화를 통한 실행력 있는 지역자조금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지역·정책 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자조금의 범위와 역할은?
A. 제주 당근 사업의 경우 지자체 역할과 농가조직화, 그리고 판매주체로서의 농협의 역할을 통해 수급조절은 물론 농가소득안정화의 실행력을 갖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제주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자조금은 이와 같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생산 농가, 생산자단체, 농업 유관기관 등의 거버넌스와 정책(원예산업발전계획 등)을 통해 지역과 품목의 특성을 잘 반영한 농가조직화·수급조절·스마트 APC 건립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통합 판매 등으로 확장하며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Q. 농가들이 유통을 주축으로 한 조직 가입에 점차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유통 조직과 생산조직이 결합된 이들 조직에 자조금형태의 자금(자자체 자금 포함)이 수혈돼 사업의 활성화(난이도)가 눈에 띈다. 자조금의 한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A 이러한 사례들이 지역자조금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가 ‘밭작물 제주형자조금 지원사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당근의 사례를 들어 볼까합니다. 제주 당근은 1,000여명의 제주 당근 농가들과 구좌·성산·김녕농협이 함께하는 (사)제주당근연합회를 중심으로 총회(대의원회)와 이사회를 둬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사무국 기능을 구좌농협에서 맡아 지역자조금적 성격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 재배와 재배 면적조사를 통해 자율수급조절 기능을 수행하는데, 비상품 당근에 대한 시장 출하 제한, 격리, 조기 출하, 가공을 통해 시장에서 작동하는 수급조절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세척당근, 소포장 상품, 직거래 활성화 등 산지주도적 시장 분산을 통해 농가소득 안정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수입 억제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무자조금단체들이 소비홍보, 수급안정지원, 교육, 조사연구, 운영관리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데 비해, 제주 당근은 판매·유통 전문조직인 구좌농협과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역할이 결합돼 실질적인 농가소득을 견인하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판매전문조직(생산유통통합조직)의 역할을 중심으로 수급조절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사례로는 강원도와 충남도의 사례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의 강점들을 모델링해 자조금의 한 축으로 제도화한다면, 농가들의 의사결정기능과 판매전문조직의 수급조절과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수급조절과 농가소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자조금 개정을 통해 꿈꾸는 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A. 기후변화와 유통환경 급변에 더해 농가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생산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농가별 재배면적 증가와 품목 전문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은 더욱 확장될 것이며, 품목별 산지유통정책의 실행력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농산물의 자율적 수급 안정 및 생산유통 자율조절 이행’에 무게를 둬 개정하는 농산자조금 제도가 상향식 농가 참여와 자발적·사전적 적정 면적 조절, 나아가 자율적 생산량 조절까지 실행할 수 있는 고도화된 산지유통정책으로서 우리 농업인은 물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농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며, 농업인의 희망과 안정적 먹거리공급체계가 구축되기를 기원해 본다.
<제작지원: 2024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