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세 불안정으로 환율 급등 … 농가 경영비 가중
이상기후 심화에도 재해 대응책 부족
2025년 새해를 맞은 한국 농업이 글로벌 통상 압박과 기후 변화, 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처했다. 지난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 속에서 어려움을 겪은 농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인한 환율 충격,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농업 통상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적 관세 정책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동맹국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농식품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농업은 수출 둔화와 경쟁력 악화를 동시에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환율 급등은 농업 경영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최근 탄핵 정국의 여파로 환율이 1,486원까지 치솟으며 비료, 농약 등 주요 농자재 가격이 급등해 농가 경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한국 농업은 높은 시장 개방률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 때문에 환율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 그러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환율 여파에 따른 경영비 지원 대책을 반영하지 않으며,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농가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아울러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도 농업 생산 기반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냉해와 폭염 등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면서 주요 농작물의 생산량과 품질이 감소하고 있으나, 재해 예방 시설 보급은 더딘 상황이다.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달러 강세 유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후 변화로 인해 농가 경영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수입 전략과 재고 관리 시스템 강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한 공급 안정, 그리고 농가 경영 안정 지원 정책과 보험 제도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해 한국 농업에 통상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요구는 과수 산업 등 주요 농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기질 비료 가격 인상분에 대한 보조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농업계도 품종과 생산 기술 개선, 농업 조직화를 통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