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기반 혁신, 농업의 미래 신성장동력 확충
스마트팜 핵심기술 고도화, 농업인 인식 제고
신품종으로 재배 안정성 제고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피해로 인해 국내 농업인들의 걱정은 날로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스마트팜과 개량된 품종이 답이다’라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지만, 정작 이를 해결할 신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농민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신년특별인터뷰에 농진청장을 초대해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폭염의 장기화 등 급격한 변화로 지난해 농업 분야도 크고 작은 위기를 겪어야 했는데요. ‘기상과 재해’를 키워드로 돌아본 지난 1년, 청장님은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지난해에는 병 발생보다 해충 피해 규모가 컸고, 이상기상으로 무겁고 두툼하게 쌓이는 습설이 11월에 내리면서 농업시설물 피해도 발생했다.
과수화상병은 2022년 예방 체계로 전환한 이래 감소세이며, 지난해에는 162농가에서 발생했으며, 피해 면적은 86.9ha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토마토뿔나방은 지난해 3월 처음 발생해 일부 친환경 농가에 피해를 입힘. 중국에서 날아든 벼멸구는 9월까지 지속된 고온으로 피해가 컸다.
이와관련 2025년은 우리 청의 역량을 한데 모아 관련 부처·지자체 및 농업인의 자발적 협력 체계를 마련, 과수화상병은 가축 수준의 방역체계 도입 및 전염원 제거 등 사전 예방을 강화하고, 토마토뿔나방은 토마토 재배 전(全 )농가 입식 초기 방제 지원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기상재해와 관련해서는 조기경보 서비스 유형별 예측 정보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 ‘농업 R&D 혁신’에 방점을 찍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R&D 혁신을 구상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또, 그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도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 농업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타 분야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한 R&D 혁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농업인구 고령화, 기후변화, 병해충 등 최근 농산물 수급 불안의 원인이 되는 현안은 농업 분야의 사회현상과 자연환경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이면서도 각각의 현안은 상호 연계돼 있다.
고령화는 일손부족을 발생시키고, 기후변화는 풍수해와 병충해 피해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또다시 일손이 더 필요하게 돼 각각의 문제가 연계되고 있다.
농업·농촌이 안고 있는 복잡한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농촌진흥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진청은 내년에 3,500억원을 투입해 정책지원·현안해결과 미래농업 준비에 집중해 나갈 방침이다.
정책지원·현안해결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디지털육종, 밭농업 기계화, 여름철 배추 수급안정 등 10개 분야와 좀 장기적으로 농업위성, AI, 로봇, 푸드테크, 마이크로바이옴, 동물 오가노이드 등 미래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기틀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앞서 드린 질문과 같은 맥락의 질문일 것 같은데요.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도 눈길을 끕니다. 추진 방향과 중점 내용은 무엇인지요.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식량안보 등 다양하고 복잡한 농업 문제를 안고 있다.
국가 농업 R&D 공공성 강화와 농업 핵심 정책을 과학기술과 융합해 농업·농촌의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융복합 협업 대표 프로젝트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정밀육종, 스마트농업, 탄소 감축 기술, 밭농업 기계화 등 농식품 핵심정책 추진을 과학·기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 대응, 품종육성 및 농업 생산성 제고, 농가 소득 창출을 위한 기술적 애로사항을 지원하고 있다.
선도기업 벤치마킹, 첨단 산업 기술의 농업적 활용 확대를 통해 우리 농업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민·관 파트너십 기반 장기도전형 농업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고품질 안전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스마트팜에 대한 농가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시설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실제 참여도는 저조한데, 이에 대해 농진청의 대응과 보완 조치는 이뤄지고 있는지요. 이와 관련 농진청에서 하고 있는 연구와 성과는 어떻습니까?
-스마트팜에 필요한 첨단통합관제 시스템을 들이는 데 필요한 초기 비용은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여건에 맞는 적정 기술을 선택하면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과 경영 개선에 많은 이점이 있다.
기존 스마트 온실의 제어장치 대비 초기 도입 비용이 40% 적은 개방형 온실 통합관리 플랫폼인 ‘아라온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스마트팜에 필요한 ICT자동화 장치가 보급됐으나 기자재의 표준화 미흡으로 제품간 호환이 원활하지 않아 산업체와 농가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아라온실은 국내 주요 스마트팜 기업 20개사가 참여해 ICT 기기, 부품, 통신, 데이터 등 표준 개발 및 제정을 지속함으로써 스마트팜 시스템간 호환성 향상에 힘쓸 계획이다.
2023년 스마트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투자비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이 토마토는 7년, 딸기와 파프리카는 4년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마트팜 데이터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 모델 적용시 토마토 13%, 딸기 30%가량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현장데이터 활용기반을 조성, 농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앞으로 스마트팜 핵심 기술을 고도화 하고, 품목 맞춤형 패키지 기술의 현장 실증으로 기술 도입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나가며, 현장 시연과 교육, 홍보 등을 통해 농업인의 인식 제고에도 힘쓸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작물의 미래를 위한 종자 개발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농진청의 원예 분야 종자 연구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 성과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원예작물이 적응하고 잘 자라는 지역도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수를 비롯한 채소, 약용작물 등 대부분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사과, 배, 배추 등 주요 원예작물은 재배 적지가 북상 또는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사과, 배, 복숭아 등 16개 작물의 재배적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해 정책부처, 지자체, 농가 등에 제공하고 있다.
여름배추와 고추의 재배 적지는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름배추는 SSP5-8.5 시나리오 기준, 2090년대 남한 내 재배 가능지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난지형 마늘은 재배 한계가 확장돼 2100년대에는 전국에서 재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과와 배의 경우는 재배적지가 감소하는 반면, 단감, 감귤, 키위 등은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며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숭아와 포도는 2050년대까지 재배 가능 면적이 증가하나, 209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여 디지털육종 기술을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품종 육성 및 안정생산 기술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기후변화 관련 품종 육종의 경우 배추는 고온과 병해충에 강하고, 속이 빠르게 차는 품종인 ‘하라듀’, ‘원교20053호’, ‘원교20054호’를 개발했다. 특히 정식기 어린모종의 내고온성과 병저항성 품종들과 건조 스트레스와 반쪽시들음병에 저항성을 갖는 품종개발에 연구를 집중할 예정이다.
마늘 중 ‘홍산’은 전국 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한 난지·한지 겸용 품종으로 바이러스에 강하며, 수량성이 높다. 향후 겨울철 고온 등 이상기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벌마늘(2차생장)이 적게 발생하는 품종을 육성할 계획이다.
과수의 경우 사과는 고온에서 착색이 잘되는 ‘아리수’, ‘컬러풀’, ‘만홍’과 착색이 필요없는 황색과피의 ‘골든볼’ 등을 개발했다. 특히 ‘아리수’는 홍로 대비 색이 잘 들고, ‘골든볼’은 저장성이 강해 지역특화 단지 조성을 통해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배는 조기수확이 가능한 ‘신화’와 병 저항성이 강한 ‘그린시스’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육종체계를 활용해 병해충 저항성과 시장성을 겸비한 품종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 검은별무늬병 저항성 품종 육성을 통해 재배 안정성을 높이고자 한다.
포도는 고온에서 착색이 우수한 ‘흑보석’, ‘젤리팝’ 등을 개발했다. 젤리팝은 조생종 품종으로 탈립이 적고 유통적성이 우수하며, ‘썸머크리스피’는 샤인머스캣 보다 숙기가 한달 빠른 청포도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농업인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을사년 새해가 밝았으니, 마음을 담은 따뜻한 덕담 부탁드립니다.
-정치, 경제, 사회, 기후환경 변화 등 어려운 여건에도 한결같이 농업 현장을 지키며 국민의 밥상을 지켜주시는 여러분의 정성과 진심에 늘 감사할 따름이다. 단순한 생업을 넘어 우리 사회와 미래를 지탱하는 숭고한 일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새해에는 농업인의 땀방울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노력이 더 큰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은 디지털 농업 혁신과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 안정적인 작물 생산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