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합회 긴급이사회의 열어 … 건의문 채택
서해안을 두고 발생한 배의 열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이 사실상 어려워 피해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열과 피해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상 기후로 인해 발생된 재해여서 향후 피해 보상을 위한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배의 열과 피해는 서해안을 두고 인접한 북쪽부터 남쪽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난 충청남도 천안시와 아산시의 경우 대부분의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며 재해보험을 접수한 면적도 전체 생산면적의 약 40∼50%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 주산지인 경기도 평택·안성, 전라남도 나주 등에서도 재배면적의 10~20%가 넘는 열과 피해가 집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들은 이번 피해가 태풍 등의 피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낙과가 발생하면 낙과된 과수를 가공용 등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열과는 배가 터지면서 바로 썩어버려 오히려 처리비용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배 봉지를 씌운 상황에서 열어보기 전까지 열과 발생유무를 정확히 찾기 힘들어 농가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열과 피해는 농작물재해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열과 피해는 하나의 자연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기가 어렵고 여러 문제가 발생해 나타나는 생육 장애의 하나로 꼽힌다면서 이번 열과 피해를 전부 재해보험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가에서는 이번 열과 피해가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 기후로 인해 발생한 재해라면서 재해보험이 현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추석 전후 폭우와 지속된 폭염이 열과 및 낙과로 인한 피해가 대부분의 농가에서 발생했고 피해 규모가 큰 농가도 전체농가의 삼분의 일정도로 많아 피해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분명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재해보험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산정기준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조합장은 “앞으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상이후가 지속적으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수피해를 위한 보험체계의 유연한 변화와 더불어 영농기술 지도의 변화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본권 아산원예농협 조합장은 “분명 기상재해로 인해 나타난 재해임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농업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의 영위를 위해서라도 피해농가의 적절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농가들의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안성원예농협 관계자는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농작물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받을 수 있지만, 열과 피해는 생리장해로 분류돼 보상받기 어려운 실정이다”며 “피해 사례는 계속 접수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재문 나주배원예농협 영농지원단장은 “추석 이후 수확하는 배의 경우 전체적으로 열과 피해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 내년 저장 배 수급에 차질이 있을 정도다. 보상 역시 받을 수 없어 농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국배연합회(회장 이동희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는 지난달 30일 16시 긴급이사회를 열고 24년 배 열과 및 일소피해 발생에 따른 수급안정조치 및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배연합회는 건의문을 채택, 배 열과 및 일소피해 발생에 따른 정부지원을 요청함과 아울러 재해보험 적용촉구를 위한 농협생명관계자를 방문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