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개선’ 기능성 소재로의 가치 확인
2020년부터 약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최근에 기능성 성분이 함유된 식품의 섭취를 통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이 유행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의 수요 또한 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시기와 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면역력 강화를 포함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지난 2019년 4조 원대에서 2023년 6조 원대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에 발맞춰 우수한 기능성을 지니는 국산 특용작물 소재를 활용,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갯기름나물(Peucedanum japonicum Thunberg)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뿌리는 식방풍(植防風)이라는 이름으로 약으로 사용하고 발한, 해열, 진통의 효능이 있어 감기 발열, 두통, 신경통, 중풍, 안면신경마비, 습진 등의 치료에 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갯기름나물은 보통 2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수확해 순과 줄기, 잎을 포함한 지상부를 나물로 먹곤 한다. 갯기름나물은 주로 전라남도 여수시 금오도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연평균 약 1,116톤이 생산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약 84.5%에 해당되는 것으로, 금오도 갯기름나물은 여수시의 특화작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갯기름나물의 새로운 기능성과 재배 농가의 새 판로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갯기름나물의 인지·기억력 개선 효과 확인을 위해 세포 실험을 통해 갯기름나물 주정 추출물의 뇌 염증 인자의 생성 조절과 같은 다양한 항 뇌염증 효과를 확인했다. 갯기름나물 주정 추출물은 염증 반응을 유도한 뇌 면역세포에서 염증유발 관련 신호전달경로의 활성을 차단해 염증인자인 산화질소,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의 생성을 최대 97.9%까지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갯기름나물의 ‘인지·기억력 개선 기능성’을 가진 건강기능식품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 다른 기능성으로는 갯기름나물의 장 건강 개선 효과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의 생장 증진 활성을 측정했다.
갯기름나물 주정 추출물을 이용해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배양한 결과, 균주의 생장이 약 1백만 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갯기름나물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성장을 돕는 ‘프리바이오틱스’ 소재로서의 이용 가능성과 더불어, 장내 유익균 우점을 통한 ‘장 건강 개선’ 기능성 소재로의 가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에서는 갯기름나물 등 자생식물의 다양한 기능성 발굴과 건강 기능성 소재 개발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에서는 갯기름나물 추출물을 시작으로 다양한 자생식물을 활용해 ‘인지·기억력 개선’, ‘장 건강 개선’ 등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고 제품 다양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우리 특용작물은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알림으로써 농가는 물론 산업 확대에도 보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김관우<농진청 원예원 특용작물이용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