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된 지 어느덧 이립(而立)의 나이를 한해 앞두고 있다. 2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있어 왔지만 우리 원예업계에 올해와 같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은 해가 있었을까 싶다.
사과 가격이 금값으로 둔갑되고 대파가 정치계의 가장 큰 이슈로 자리하며, 물가를 좌지우지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정치·경제적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가 그 중심에 와 있다는 부분이고, 이는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 원예산업에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 장마, 한파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이제 어느 분야에서든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기후에 민감한 농업분야로서는 지형의 변화까지 요구되는 심각한 현안이 되고 있다.
봄날의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시작된 과수농사가 한순간의 저온현상으로 무너지는 가 하면, 여름의 폭염은 푸르른 들판을 터지고 말라붙게 했다. 수십년에 걸쳐 수성을 자랑했던 경상도 사과가 고향을 잃고 강원도로 이사를 가는 모양새다. 기후변화가 우리 농업의 지도마저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봄의 저온현상, 여름의 폭염, 가을의 태풍, 겨울의 한파까지, 농작물은 이 모든 변화에 취약하다. 작년은 저온현상으로 과일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고, 이는 농산물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최근 사과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다. 이상 고온으로 빠른 개화가 있었지만, 꽃샘추위로 인해 냉해가 발생했고,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낙과가 겹쳤다. 그 결과, 사과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우리 농업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아열대 작물의 재배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남부지방 농가들이 천혜향, 망고, 바나나와 같은 아열대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으며, 일부는 경기도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농가도 생겨났다. 이는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새로운 작물을 도입하고, 그에 맞는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스마트팜과 같은 첨단 농업 기술의 도입도 필수적이다. 스마트팜은 농작물의 생육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온도, 습도, 토양 상태를 최적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농업 방법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일환으로 농업 재해 보험의 확대와 재해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별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수립하고, 농업인의 기후 변화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농업 기술의 혁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의 협력과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정부, 농업인, 연구기관,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본지도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창간 29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원예분야 정통 전문언론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 할 것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 드리며, 항상 저희 신문사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발행인 박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