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묘 공급 시스템 개선 필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만감류 재배 농가들이 봄 잎을 가지고 사무실로 방문한다. 어떤 잎은 울퉁불퉁하기도 하고, 종이배가 뒤집힌 듯한 모양을 한 것도 있다. 시설 내 밤낮 온도 차이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차근차근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부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무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바이러스는 봄철 시설 안에서 새순이 발생할 때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수확량이 급격히 낮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가는 바이러스에 방지에 대한 시급성이나 위험성을 덜 느껴왔을 것이다.
1990년 이후 노지에서 한라봉(부지화), 레드향(감평), 황금향(베니마돈나), 천혜향(세토카) 재배가 증가하면서 바이러스 피해 민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묘목으로 심지 않고 빨리 수확하기 위해 고접 방식을 택한 농가에서 피해 사례가 많은 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순을 여기저기 전염시킨 결과이다.
기존 조사에 따르면 건전한 나무 대비 모자이크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무는 당도가 약 1.5°Bx가 낮아지며, 과실 무게는 약 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껍질이 딱딱해지지만, 어떤 종류의 바이러스는 가시적으로 느끼기 쉽지 않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방심하는 사이 바이러스 감염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이외 지역에서 시설 만감류 재배가 증가하는 추세라 더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바이러스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재배적 대안으로 바이러스 매개 해충 방제를 잘하고, 전정 시 가위 소독을 잘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한계도 있다. 결론적으로 바이러스 방지를 위해서는 감염되지 않은 특정 묘목에서 매년 접수를 채취하고 농가 보급 묘를 만들어서 판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전혀 없는 무병 묘목을 만들어야 한다.
감귤은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센터에서 원원종 무병화 묘목을 만들어서 생육시킨 후 이 나무에서 채취한 접수로 어린나무, 즉 어미묘(모수)를 묘목 업체에 보급한다. 이후 묘목 업체는 별도 분리된 시설 안에서 어미묘(모수)를 키우고, 이 모수에서 채취한 접수를 이용해 농가 보급용 묘목을 만들어 판매한다. 묘목 업체가 모수에서 순을 바르게 채취하는지, 이 접수를 이용하여 묘목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만들어진 묘목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았는지 ‘무병묘 인증기관’은 매 단계를 철저히 점검한다. 매우 바람직한 제도이다. 농가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무병묘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무병묘 구입 농가에는 주당 2,000원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감귤연구센터는 지금까지 약 35품종 즉, 국내에서 육성되거나, 도입된 대부분 품종에 대해 무병화를 추진해 왔다. 감귤연구센터에서 지정받은 모수업체는 매년 농가가 선호하는 품종 10∼14품종, 약 1,000주 이상을 시중에 보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2022년에 지정된 묘목 업체에서 본격적으로 무병묘를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한편, 품종이 나오고 묘목 업체에서 많은 묘목을 만든 후 본격적으로 무병묘를 공급하는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감귤연구센터에서는 품종으로 선발될 가능성이 있는 1차 선발 계통, 즉 품종 이전 단계부터 무병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부터 무병화된 묘목으로 품종이 출원되고, 이것이 업체에 보급되는 방식이 정착된다면 감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걱정도 한층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한승갑<농진청 원예원 감귤연구센터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