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적 집행 예산 경종 … 인센티브 제도 검토
예산집행 사업관리 주의 필요
■농촌진흥청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실시됐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농진청 R&D 사업, 청년농 육성 사업, 농기계 개발·보급 사업, 유통 사업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 농진청 R&D 예산 대폭 삭감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김제) = “내년도 농촌진흥청 R&D 사업 예산은 7,174억 원으로 올해 9,022억 원보다 20.5%(1,848억 원) 삭감됐다”며 “이는 국가 R&D 예산 평균 삭감률(16.6%)보다 3.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농진청 R&D 예산 삭감은 사업의 시급성이나 적절성을 면밀히 따진 게 아니라 투자 우선순위 조정과 과제 단가 조정, 시설·장비비 삭감 등 묻지마식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특히 농진청 R&D 사업 중 유일한 지역농업 R&D 사업인 ‘지역 농업 연구기반 및 전략작물 육성사업’의 경우 사업비와 과제가 각각 79%, 65% 삭감돼 지역 농업 연구를 포기한 것”이라며 “시급성·적절성 등을 따지지 않고 묻지마 식으로 일괄 삭감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농업 홀대, 농민 무시의 농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 예산 80% 줄어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완주·진안·무주·장수) = “농촌진흥청 R&D 예산 20.5% 삭감으로 우리 농업·농촌·농민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특히 지역 농업 R&D에 대한 유일한 국가지원 사업인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의 내년도 사업비는 36억 원이 반영돼 올해 대비 145억 원이 삭감됐다. 이는 농업포기, 미래포기, 지역포기 선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농진청은 올해 초부터 ‘선택과 집중’을 거론하며 특화작목 재편에 있어 국비 지원품목 축소를 시사했다. 사업 확대 의지가 결여된 모습을 보여왔다”며 “결과적으로 예산 8할이 삭감돼 껍데기만 남게 됐으니 집중할 예산조차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제도 재편에 따라 특화작목에서 제외되는 품목에 대해서도 “농진청의 지원계획이 전무하다”면서 “자체예산과 열악한 지자체 연구 환경만으로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기존에 투자해온 예산이 매몰비용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농진청 연구책임자 5년간 1,667번 교체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시) = “최근 5년간 농촌진흥청 R&D 사업 연구과제 책임자 교체가 증가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책임자 교체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9월까지 R&D 사업 연구과제 책임자가 교체된 건수는 무려 1,667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체 사유로는 개인신상과 관련 없는 소속기관 이동, 업무조정, 승진 등과 같은 인사발령이 1,516건(91%)으로 가장 많았다. 불가피한 퇴직, 휴직 등의 이유는 전체 건수 대비 9%에 해당하는 151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소 의원은 “문제는 연구책임자들의 잦은 인사이동에 더해 농촌진흥청 R&D 사업 예산도 올해 9,022억 원에서 내년 7,174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는 것이다”며 “농촌진흥청의 R&D 예산 삭감 폭은 국가 전체 R&D 예산 삭감 폭인 16.6%보다 더 많은 20.5%로 총 1,848억 원이 삭감됐다”고 질타했다.
소병훈 의원은 “기초연구 예산은 삭감하고, 단기적인 성과가 보이는 곳에만 투자한다면 대한민국의 농업 미래는 없다”며 “농진청 내부적으로는 R&D 사업 특성을 반영해 연구 질적 저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정부 정책 기조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농 사업 전액 삭감 … 이탈 가속화 우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 “윤석열 정부가 ‘청년농 3만명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청년들은 농촌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농촌진흥청 소관 ‘청년농 정착’ 예산은 모든 사업이 ‘전액 삭감’ 되어 청년농 이탈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4년 예산안에는 올해 진행해왔던 농촌진흥청 소관 ‘청년농 정착’ 예산 67억 5,700만 원이 삭감됐다.
신 의원은 “정부가 청년농의 신규 유입을 계속 늘려도 기존 청년들이 떠나버리면 예산만 들어가고 정착 효과는 없다. 성과도 좋은 사업들이 윤석열 정부의 마구잡이 예산 삭감 기조로 인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청년농 정책이 실패한다면 지방은 더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정부 정책사업으로 유입된 청년농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삭감된 사업의 원상복구나 신규 사업 반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농기계 81종 중 절반 이상 50대 이하 보급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 = “농촌진흥청은 농기계 개발·보급 사업을 통해 매년 15~19종의 농기계를 개발해 왔으며 지난 5년간 총 281억 6,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81종의 농기계를 개발·보급했다”며 “그러나 이중 142억 9,4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44종의 농기계의 보급실적이 50대 이하로 저조했고, 개발 후 단 한 대도 보급하지 못한 농기계는 10종으로 22억 7,5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며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립농업과학원이 발표한 ‘2022 농작업 기계화율 조사’를 보면, 논벼 기계화율은 99.3%에 이른 반면, 밭농업 기계화율은 63.3%에 그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으로 농촌진흥청의 농기계 개발 사업 대부분은 밭농업 기계화율을 제고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저조한 농기계 보급실적으로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에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위성곤 의원은 “농진청에서 개발하고 있는 농기계는 연구실이 아닌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농기계 개발·보급 과정에 있어 실용성과 경제성 평가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농진청 6년간 R&D 부정행위 35건 적발
▲최춘식 의원(국민의힘, 경기 포천·가평) = “농촌진흥청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한 기관, 단체, 기업, 연구원이 부정행위를 해 적발된 건수가 총 3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017~2022년 6년간 농진청 R&D 사업에 참여한 기관, 단체, 기업, 연구원이 연구 부정 행위를 해 적발된 건수가 총 35건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위 유형별로는 ▲결과 불량(11건) ▲용도 이외 사용(17건) ▲연구 부정(5건) ▲협약 위반(2건)으로 나타났다”며 “농진청이 부정 행위자로부터 환수한 연구비는 11억9,100만원에 달한다. 현행 ‘농촌진흥법’ 제8조는 농촌진흥청 R&D사업 참여자가 연구 부정 행위를 한 경우 5~10년 이내의 범위에서 농진청이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를 제한하고, 이미 출연한 사업비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춘식 의원은 “연구개발사업비가 눈먼 돈, 쌈짓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농진청이 예산 집행과 사업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업화지원 10곳 중 3곳 매출 ‘0원’
▲안병길 의원(국민의힘, 부산 서구·동구) = “2024년 농촌진흥청 예산안 내 연구개발 R&D 예산이 올해보다 1,875억 원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진청은 R&D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R&D 예산 증액 요구보다 그동안 비효율적으로 집행되어 온 관행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농촌진흥청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총 612억 원의 예산을 연구개발성과 사업화 지원을 위해 투입해왔다”며 “년도별 예산 투 입 내역을 보면 2017년 75개 업체에 49억 원을 지원했고, 점차 업체의 수와 예산 규모를 늘려 2023년에는 95개 업체에 총 133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농진청은 이 사업을 통해 1개 업체당 평균 1년에 1억 4천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020년 농진청이 예산을 지원한 56개 업체들 중에서 17개 업체인 30.4%가 단 1원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2022년에도 103개 지원 업체 중 28개인 27.2%가 매출이 단 1원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관습적으로 집행해오던 R&D 예산 사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예산 지원 대상자들에게 충분한 평가 기회를 부여하되, 해당 기간이 지나면 하위 성과 업체들에게는 페널티를 부여하고, 우수성과 업체들에 있어서는 지원 기간과 지원 금액을 추가적으로 부여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별 사업 효율성 중복성 고려 추진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 “R&D 예산 삭감이 안타깝지만 농진청만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에서 기관별 사업의 효율성과 중복성을 고려해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감소폭이 다른 부처에 비해 많은 이유는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라는 것을 대통령이 말했는데, 첨단기술 관련 부분이 증액하면서 다른 부분 예산 감액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농진청장은 “청년농 정착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술, 경영 컨설팅 등을 통해 이들이 농촌 현장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 청장은 “정부 예산안 안에서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해서 연구과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예산 논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많이 지적하고 정리해 준 부분을 예산당국과 적극 협의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R&D 과제를 재점검하고, 실제 현장에서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관의 부정행위 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가·소비자 TRQ 도입 목적 맞게 운영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직원 도덕적 해이 심각 … 현장관리·감독 강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당진) =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양파를 비롯해 마늘·고추 등으로 저율관세할당(TRQ)를 운용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 의존적인 물가정책으로 인해 한국 농업의 기틀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TRQ 수입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전환 과정에서 도입된 것으로 시장접근 기회를 보장하고자 일정 물량까지는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초과 물량에는 고율관세를 적용하는 제도이며,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농산물을 수입·관리하여 수입 농산물이 내수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농산물 협상 합의안을 이행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가격동향을 고려하여 TRQ 도입 및 국내산 매입비축 등 수급안정대책 논의가 진행돼야 하지만, TRQ 관련 품목에 대한 회의는 2022년 2번·2023년 2번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TRQ 물량이 들어온 이후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어 의원은 “TRQ 수입 물량 증량은 농민의 소득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TRQ 도입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완주·진안·무주·장수) = “최근 5년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폐기한 비축농산물 6만톤 이상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간 약 25억원 상당의 비축농산물이 폐기되고 있지만, aT 수급조절위원회 회의는 연간 두세번에 걸쳐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농산물의 경우 기후변화와 작물 작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큰 만큼 수급조절 심의 회의를 자주 개최해 수급변동성을 정확하게 예측해 농산물 폐기비용을 제로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문표 의원(국민의힘, 홍성·예산) = “지금 농촌에서 농민이 생산하는 생산비의 유통비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생산비의 43%가 유통비다. 유통비에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들의 유통비를 줄이기 위해 공청회에서 법안 개의된 것 알고 있나”라며 “그 부분에 올인해 주었으면 한다. 자긍심을 가지고 임하면 농촌 유통비를 5단계, 6단계에서 2단계나 3단계로 확 줄어진다”고 촉구했다.
▲안병길 의원(국민의힘, 부산 서구·동구) = “aT는 K-푸드 수출 확대를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 17개 해외지사를 두고 수출 기업 육성, 판로 개척, 현지 통관ㆍ물류 애로 해소 지원 등을 위해 파견직 37명, 현지직원 54명 총 91명의 직원을 두고 연간 130억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해외지사 전반에 방만한 운영 실태가 확인되면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거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aT 해외지사의 모럴 해저드는 K-푸드 발전을 저해하는 위협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며 “aT 해외지사가 K-푸드 수출 거점으로서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근무기강을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 =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며 “농식품 벤처육성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사업이행 성과 관리·감독, 현장모니터링, 국고지원금 집행 및 정산관리 등 역할을 하는 농진원 직원의 도덕적 해이 등 총체적 관리 부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행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농진원은 벤처기업에서 제출한 사업 계획서와 현장 모니터링 사진이 100% 동일하다”며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 베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 모니터링을 위한 출장 기간과 내용 등 부적절성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