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온도 높아 물 공급해도 스팀 역할해 ‘진퇴양난’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전국 인삼 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올해 8월 전국 평균(62개 지점) 폭염일수는 14.8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8월의 16.6일에 이어,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긴 폭염 기간이다. 이전 2위 기록이었던 2018년 8월의 14.1일을 넘어선 것이다. 처서가 지난 현재에도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상승하는 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인삼은 25~30도의 온도에서 가장 잘 자라는 작물로, 해가림 시설 내 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올라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고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고온 스트레스는 인삼의 생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인삼의 뿌리가 열에 취약하여 생육 저하와 조직 괴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폭우·폭염의 이중고로 인해 인삼 농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폭우로 이미 생육에 타격을 입은 인삼이 폭염까지 겹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피해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인삼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하고 있으며, 일부 농가는 인삼 뿌리의 부패나 잎이 말라가는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인삼 수확량의 감소는 물론 품질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북 장수에서 인삼농사를 짓고있는 박철원씨는 “장마 후 바로 이어진 찜통 더위로 인해 인삼잎이 타들어가고 뿌리썩음병이 발생해 피해가 심각하다”며 “썩음병이 더욱 확산되기 전에 당장 캐내야 하는데, 수매 날짜 때까지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충남 금산에서 인삼농사를 짓고있는 주재윤씨는 “7월 폭우로 인해 윗밭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피해를 입은데다 폭염까지 이어져 사실상 상품성 있는 인삼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지금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데, 태풍의 우려까지 있어 막막한 심경”이라고 호소했다.
경기 파주에서 인삼농사를 짓고있는 한 농민은 “폭염으로 인해 지면 온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물이 공급될 경우 물이 스팀 역할을 해 삼이 말 그대로 삶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물을 적게 주면 삼이 고사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이러한 천재지변에 대비하기 위해 재해보험에 가입을 권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농가들이 가입을 꺼리고 있다. 사실상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