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반복되는 꽃가루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 속에서 과수 농가는 점점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자가불화합성 품종 중심의 재배 구조에서 인공수분은 필수적이지만, 국내 자급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수입 꽃가루 의존도가 80% 가까이에 달하는 가운데 가격은 연간 50% 가까이 급등했고, 공급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결하겠다며 정부는 과거부터 꽃가루 채취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2년간 관련 예산은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2013년 도입 당시 10억 원대였던 예산은 10년 만에 0.7% 수준으로 축소되더니, 2024년과 2025년에는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재정당국은 낮은 집행률을 이유로 들었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행정 지연과 사업 승인 취소 등으로 인해 참여 자체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과 예산 운용의 책임이 농가로 전가되는 형국이다.
이처럼 꽃가루 자급률 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이 사실상 멈춘 상태에서, 정부는 또다시 수분수 식재와 고접접목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분수 생육에는 수년이 소요되고, 관리 인력과 비용 문제로 농가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단기간 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꽃가루 문제는 특정 품종이나 계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농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과제이자, 재배 안정성과 직결되는 요소인 만큼 장기적인 공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개별 농가에 자급 의무를 지우는 방식보다는, 지역 단위 채취단지나 공동 활용 시스템 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공급 구조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장의 필요를 중심에 둔 대책 없이는, 꽃가루 가격이 오를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격과 기후 여건, 노동력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농업 현장에서, 단기적 수치 개선이나 보조사업 위주의 접근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꽃가루 수급 안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공공성과 실효성을 갖춘 대응 체계를 다시 정비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