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효과 평가 가이드’ 참여 전·후 치유효과 측정 가능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생명의 탄생, 입학, 첫 출근, 결혼, 새로운 마음가짐, 그리고 건강까지……. 새출발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기쁨을 가져다준다. 을사년인 올해는 푸른 뱀의 해로, 뱀은 지혜와 의술을 상징한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은 재생과 불멸을 뜻하며, 독은 치유의 속성을 지닌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한 마리의 뱀이 감긴 지팡이로 의술을 펼쳤던 것과도 연결된다. 오늘날 이 상징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앰뷸런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뱀은 선과 악, 독과 약, 죽음과 치유라는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초록색 자연’과 가까울 때 평온과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이자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저서 ‘바이오필리아(Bio=생명 + Philia=사랑)’에서 이러한 자연에 대한 본능적 갈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바쁜 일상과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자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도시민들에게 식물과의 교감은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다. 건강한 흙과 빛, 숨 쉬는 물과 풍부한 유기물이 함께하는 농업 활동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치유의 시간이자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회가 된다.
2020년 제정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치유농업을 “국민의 건강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의 활용과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업 활동을 넘어, 일과 관련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 우울증 환자, 학습장애인, 약물중독자, 그리고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는 다양한 계층에게 치유 효과를 제공하는 대국민 치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다양한 대상자를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아동·청소년 대상 자연과 함께 농업으로 소통하는 텃밭정원 △생활습관성 만성질환 완화 치유농업 활동 △노인의 인지 건강 개선을 위한 의·식·주(衣·食·住) 텃밭정원 △스트레스 개선을 위한 감정과 생각 노트 △우울감 완화를 위한 식물 재배 프로그램 등이 있다.
또한, 특수목적 대상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소방공무원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치유농업 현장 적용 매뉴얼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신체기능 향상 치유농업 콘텐츠 △뇌졸중 후 편측마비 환자를 위한 재활 치유농업 활용 매뉴얼 등이 있다.
아울러,치유농업 서비스 현장에서 필요한 ‘알기 쉬운 치유농업 용어집’과 프로그램 전‧후 참여자의 치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치유농업 효과 평가 도구 활용 가이드’ 등 맞춤형 콘텐츠도 치유농업정보망과 농업과학도서관을 통해 제공 중이다.
필자는 2023년부터 치유농업과 관련된 연구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치유농업의 목적에 따른 주요 지표를 선정하고,지표별 비교 기준값을 함수식을 적용해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향후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자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는 더 많이 이들이 치유농업 자원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존감까지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홍인경<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