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안정 생산 위한 멀칭 필름 연구

기후변화로 밭작물 폭염피해 급증 저온성 필름·온도 낮추고 잡초 발생 억제

2024-06-27     원예산업신문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배추 파동과 특용작물 수급 문제 등 우리 국민의 먹거리 공급과 기업의 건강기능식품 제품 생산 등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실제로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해마다 밭작물이 말라 죽어가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더워도 들판의 초목이 말라 죽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밭에 있는 작물들은 폭염이 지속되면 얼마 가지 않아 말라 죽는다. 밭두둑은 초목이 자라는 들판보다 표면 피복도가 낮아 수분 증발산에 의한 온도 조절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잡초 관리의 편리성을 위해 대부분 밭에 멀칭하고 있는 비닐 필름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름을 덮는, 멀칭은 작물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생육 환경을 조성하지만, 한여름 밭두둑의 표면 온도가 60~7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고온 피해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멀칭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고온 피해로 인한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멀칭은 봄철 생육 촉진, 잡초 억제 등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보온이 필요할 때만 흑색을 유지하다가 온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만 흰색으로 바뀌는 온도 감응 변온필름을 제작하여 작물 재배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는 생산단가가 일반 필름보다 50배 이상 높아 상용화에 실패하였다. 2018년에는 미세한 입자크기의 수분을 공중에 살포함으로써 재배 포장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였으나 이 또한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문제로 작물의 병 발생을 일으키는 것과 더불어 고가의 비용이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시험을 통해 수분 증발산에 의한 기화열 흡수가 온도 하강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2019년부터 투습성 기능을 갖춘 저온성 필름 개발에 착수, 2020년부터 15종 이상의 필름 샘플을 개발하고 5개 지역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하였다.

이렇게 개발한 저온성 필름은 겉면은 흰색이고 속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 온도는 낮추면서 잡초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토양의 수분 증발이 거의 불가능한 비닐 소재의 필름과 달리 적정한 투습도를 유지하여 토양수분을 일정 정도 보존하면서도 대기 중으로 수분이 발산되도록 하여 지속적으로 온도를 하락시킬 수 있다. 저온성 필름을 활용하게 되면 농작물이 고온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여름철 오후 2시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흑색 필름보다 토양온도는 약 7~9℃, 표면온도는 약 15~30℃ 정도 낮출 수 있다. 이는 연 평균 기온이 2℃ 이상 높은 저지대에서의 천궁, 당귀 재배 성공은 RCP기후변화시나리오의 예상치로 볼 때 약 40년 정도의 작물 온도상승 영향억제에 해당된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더 많은 작물을 시설로 유도하고, 더 시원한 재배 지역을 찾아 원정 재배를 해야 했던 농가의 어려움을 저온성 필름 개발로 일정 부분 해소할 기회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노지 스마트팜은 그동안 온도조절 기능이 빠진 양수분관리 자동화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인식되었으나 앞으로 저온성 필름과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복합을 통해 더 적극적인 노지 환경조절 기술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 온난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저온성 필름 기술이 고온기, 안정적인 작물생산을 이끌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농자재 수출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

■김용일<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