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3개가 준 치유의 재발견
아토피·천식 등 현대인 각종 질환에 취약 식물로 정신적·육체적 등 문제 해결
봄이다. 만물이 움트고 회색 도심이 생명의 색으로 바뀌는 활력의 계절. 그런데 봄이 오면 늘 함께 오는 골치 아픈 것이 있다. 우리의 생활환경으로 인해 나타나는 아토피 피부염, 비염,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다. 1970년대만 해도 알레르기인 두드러기는 대수롭지 않은 신체 면역반응의 한 종류로 생각되었으나 1980년을 기점으로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 중 하나가 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인구의 10%가 알레르기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장 주된 원인이 꽃가루인데 기후변화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꽃가루 노출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주거환경 변화를 꼽을 수 있다. 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실내 오염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세균과 곰팡이 부유물은 아토피피부염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운송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현대인들은 짧은 거리도 걸으려 하지 않아 기본적으로 운동이 부족하고, 자극적으로 변하는 식품의 남용으로 폐 기능이 약하며, 피부층의 호흡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질환이 유발되고 있다.
인간은 본래 자연과 생명에 대한 본능적 사랑이 있고,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녹색의 자연환경에 맞도록 설정되어 있어 자연을 가까이 할 때 녹색 갈증이 해소되고, 질병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며, 정신적·신체적으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사시시철 꽃과 나무가 있었던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유실수를 따먹는 소소한 기쁨과 그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추억이 있다. 그러나 아파트로 이사하며 두드러기와 어머니의 경우 부쩍 우울감이 잦아지셨다. 이때 집안에 작은 화분 3개를 들이면서 식물을 키우기라는 우리 가족의 소소한 취미가 시작되었다. 지금 베란다에는 식물원처럼 50개가 훌쩍 넘는 화분이 자리를 꽉 채우고 풍부한 초록색을 제공하고 있다. 화분들은 집안의 공기를 맑게 하고, 습도를 높여주며, 아름다운 녹색공간으로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의 어머니는 다소 불편한 몸이지만 아침·저녁 식물을 돌보신다. 그리고 매주 식물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식물번식을 통해 여러 화분을 만들어 주변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신다. 갈수록 스트레스가 다양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만들어진 아파트 안 소정원은 이제 우리 삶 안에서 수많은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아테네의 정원에서 행복하고 평온한 삶에 대한 이상을 추구했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델센은 그냥 산다는 것만으로 부족하며 사람에겐 햇빛, 비, 그리고 얼마간의 꽃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조경가인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지금 뉴욕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센트럴 파크를 조성하였다.
모두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일깨워 주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이 더욱 완전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누구나 일상 속 행복지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지만, 씨앗을 뿌리고 식물을 키우는 소정원을 만드는 일은 마음 먹은 대로 이룰 수 있다.
이를 통해 얻는 행복감이 도시 안에서 얻는 치유의 핵심이다. 그렇게 보면 식물이 주는 치유의 힘, 자연과 공존하면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인간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홍인경<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