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맞은 화훼농가 시름 깊어
각종 생산비 폭등 및 화훼 수입량 매년 증가해 “국내 농가 경쟁력 높일 수 있도록 정부 지원 절실”
5월 가정의 달 화훼 최대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기름 값과 원자재 등 각종 생산비가 크게 상승한 데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 화훼 수입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러·우전쟁 등의 여파로 면세등유와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화훼 농가들의 생산비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일 면세등유 가격은 1,174.67원으로 ’20년 633.46원 대비 85%가량 폭등했다. 또한 농사용(갑) 전기요금은 최근 Kwh당 16.6원에서 97% 인상된 32.7원, 농사용(을)은 Kwh당 34.2원에서 47.1% 오른 50.3원으로 상승했다.
경기도 고양 원당동에서 장미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평균 생산비가 30%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 여러 세금을 합하면 체감상 50%이상 올랐다”며 “자재비도 두 배 이상 올랐고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또한 배는 올라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농사를 접어야 할 판국이다”고 성토했다.
aT 화훼센터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온 현상이 심화돼 지난 4월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등의 악조건에도 연료비가 폭등한 탓에 농민들이 하우스 온도를 꽃이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해 꽃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며 “생산비는 폭등하고 생산량은 줄어드니 꽃값이 덩달아 상승해 특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거래량이 많이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올해 2월 화훼 대목 중 하나인 졸업·입학 시즌 절화 거래량은 112만단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71만단에 비하면 60%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년 가정의 달을 앞두고 값싼 해외 꽃이 대거 유입돼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 국내 화훼 농가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화훼 물량은 81,856톤으로 19년도 59,108톤 대비 38% 증가했다. 특히 가정의 달에 수요가 많은 카네이션과 장미의 수입량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카네이션 수입량은 ’20년 6,530톤, ’21년 9,976톤, ’22년 15,597톤 장미 수입량은 ’20년 6,268톤, ’21년 8,268톤, ’22년 13,928톤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윤식 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값싼 수입 꽃이 대거 들어오면 국내 화훼는 급격히 밀려날 것이다”며 “꽃 시세를 안정시키고 국내 농가가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용일 절화협회장은 “현재 출하되는 꽃은 적어도 세달전에는 생산 작업에 들어간 꽃들인데, 천정부지로 오른 자재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값싼 해외 꽃과 경쟁하기에는 정부 정책 지원 없이 국내 농가들 자체적으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국내 농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