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농업·스마트팜·디지털농업의 탄생 비화 ③
농촌고령화 대안책 디지털·스마트농업 명확한 용어정의 통해 업무 조직적 추진돼야
▲디지털농업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의 연차회의인 제46회 다보스 포럼이 스위스에서 개최되었다. 핵심 의제는 ‘제4차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보다 더 큰 가능성이나 잠재적 위험을 지닌 시대는 없었습니다.”라고 주장하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 포럼에서 디지털, 인공지능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때부터 포괄적인 개념인 스마트와 디지털이 농업의 장으로 들어와 스마트팜과 디지털농업이 섞여서 쓰였다. 기존의 농업과 차별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산업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용어 정의가 필요하다.
▲관련 용어의 정의
필자는 1998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밀농업 세미나를 주관했고, 2014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참석했으며, 현재 농진청의 디지털농업추진단장으로 있기에, 깔끔한 용어 정의로 산업 발전의 디딤돌을 만들어 줄 일말의 책임도 있다.
스마트팜 초창기에는 시설농업을 중심으로 자동화와 첨단화를 하는 것이 스마트팜이고, 생산 이후에 가공, 유통과 소비자의 반응까지를 피드백해서 영농에 활용하는 큰 범위를 디지털농업이라고 정의했었다.(농업전망 2021(농경연), 디지털농업은 기존의 정밀농업이나 스마트농업보다 생산, 유통, 소비 등 농업 활동의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적극 활용) 그러면서 스마트팜과 스마트농업이 같이 쓰였다. 그렇게 정의를 내리고 보니, 디지털 육종이라는 말도 생겨나고, 디지털 유통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다시 디지털과 스마트가 막 뒤섞여 쓰이고 있다.
새 정부들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농업 데이터도 예외일 수 없다. 농업관련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고,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농업과 스마트농업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필자가 나섰다.
먼저, ‘디지털농업’은 농업의 모든 과정에서 구현해야 할 기술로 봤다. 농업 공정별 디지털화인 것이다. 추후 이 공정별 자료가 모여서 인공지능의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정밀농업’은 주로 재배와 생산과정의 자동화와 첨단화로 봤다.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입 농자재와 기술 기준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팜’은 주로 생산과 가공과정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다. 여기에는 탄소중립과 ESG 개념도 포함된다.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농업부산물의 처리도 포함한 순환경제의 개념도 연계해야 한다.
다만, 스마트팜은 환경제어가 비교적 쉬운 시설농업위주로 범위가 한정되고, 벼농사처럼 노지 농업의 경우 스마트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모든 과정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 개념으로, 디지털농업, 정밀농업, 스마트팜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디지털농업과 스마트농업은 줄어드는 농업인구와 농업인이 고령화하는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서 피할 수 없는 대안이다. 명확한 용어 정의를 통해 업무를 분담해서 조직적으로 추진해야 농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스마트농업이 농업의 미래이다.
■성제훈<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