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착색 품종, 나무 세력 안정, 열매달림 기술 등
최근 전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후변화와 이상기상은 원예작물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해 유발된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기상과 극한 기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범위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의 연간 인위적 배출량을 기초로 분류하는 신(新)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화석연료의 사용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SSP5-8.5), 2081∼2100년 지구 표면 온도는 1900년 대비 평균 3.3∼5.7℃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IPCC, 2021).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극한의 고온, 폭우, 가뭄 등 농업기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예작물은 다른 작물보다 상대적으로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특히, 시설이 아닌 노지에서 재배되는 원예작물은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생산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원예작물의 기후변화 영향평가와 생산 예측을 통한 수급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는 기후학적 재배적지 기준과 농업용 미래상세전자기후도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작물별 재배적지 변동 예측 정보를 얻고 이를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 (https://fruit.nihhs.go.kr)에 탑재하여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영년생 작물인 과수의 경우, 미래 재배적지를 고려한 개원 위치 선정이 과수 생육과 품질 관리를 위한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었다. 과거 30년간(1991∼2020)은 한반도에서 사과나무의 총 재배가능지(재배적지+재배가능지) 면적이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 제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SSP5-8.5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경우 과거 예측한 결과보다 재배가능지가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후변화 가속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름철 고온에서도 착색이 쉽게 이루어지는 신품종 개발과 나무의 세력 안정, 열매달림 관리 기술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재배법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생산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하여 작물의 생리적 과정과 바이오매스 축적을 연계하여 작물 생산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노력도 여럿 이루어져 왔다. 과거 회귀기법에 기초한 실증모형은 예측 가능한 범위가 모델링에 사용된 환경 조건과 품종에 한정되었던 반면, 최근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 중점적으로 연구되는 과정기반 모형(process-based model, PBM)은 식물의 생리적 대사 과정을 기반으로 식물과 환경 간의 상호 작용을 모의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생산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작물 생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과정기반 모형은 특성상 기후변화의 영향을 반영할 수 있는 유용한 수량예측 도구로써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과정기반 작물모형을 이용한 연구 사례로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난지형 마늘 ‘남도’ 품종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기후가 따뜻해짐에 따라 현재 제주도, 남해안 일부에 한정된 난지형 마늘의 재배 가능 지역이 점차 확대되어, 2060년경에는 춘천 지역에서도 상업적 수준의 난지형 마늘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과정기반 작물모형 기술은 배추, 양파 등 주요 채소 5종을 대상으로 개발, 개선 단계에 있다. 향후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의 식물 생장 반응 예측을 통해 채소 안정 생산을 위한 농업 관련 정책 수립과 농가 의사결정 과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성은<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