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나무의 겨울전정은 작업이 편하고, 나무속으로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며, 약제가 골고루 살포되어 고품질의 배를 많이 수확하기 위해 실시한다.
그렇다면, 배에서 어떤 것이 품질이 좋은 과실일까? 첫째, 품종 고유의 과실특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정도의 과실크기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시중에서는 큰 과실일수록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과실 모양이 좋아야 한다. 배는 상하, 좌우가 어느 정도 대칭이 되는 과실을 정형과라 하는데, 이러한 정형과가 바로 상품(上品)이다. 셋째, 껍질의 색깔이 고와야 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이듯, 소비자는 맑고 투명한 황갈색의 배를 선호한다. 넷째, 당도가 높아야 한다. 배를 먹어보고 맛이 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로 당도인데, 신고는 당 함량이 평균 11.4%로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맛있다고 느끼려면 최소한 12%는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몸에 안전해야 한다. 배가 아무리 맛이 있고, 감기예방, 숙취해소, 암 예방 등에 좋다 하더라도 우리 몸에 안전하지 않다면 소비자가 찾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품질이 좋은 배를 생산하는 것도 겨울철 전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우리나라 배의 주산지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배를 생산하는 주요 지역에 나타나는 겨울철 전정 상의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개선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주지와 부주지의 수가 너무 많고, 과실이 달리는 결과지 수가 부족한 과수원이 많다는 것이다. 배 과수원의 배상형으로 키우는 나무를 살펴보면, 한 나무에 주지인지 부주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큰 가지가 6~12개로 너무 많으므로 과실이 달리는 결과지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결과지가 부족하면 과실의 수량이 줄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배나무를 배상형으로 재배하고 있다면, 우선 한 나무 당 주지수를 3~4개로 대폭 줄이고, 주지에 결과지를 충분히 확보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배가 열리는 결과지(또는 측지)가 늙어있다. 묵은 결과지는 젊은 결과지보다 과실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신고는 6년 이상 묵은 결과지를 새 가지로 바꾸어 주어야 품질이 좋은 배가 달린다. 특히 원황, 만풍배 등의 신품종들은 결과지 사용연한이 신고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자주 바꾸어 주어야만 한다.
셋째, 결과지를 양성할 때, 주지나 부주지의 등(위쪽)에 발생한 가지를 키워 과실을 달리고 있다. 등에 발생된 가지는 유인할 때 활처럼 휘어지기 쉬워 도장지 발생이 많아지고 단과지 수가 적어지므로 결과지의 이용연한을 짧아진다. 따라서 배나무에서 결과지는 주지 굵기의 가운데 또는 바로 아래 부위에서 발생한 가지를 결과지로 선정하여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러한 가지는 우선 유인하기 쉽고, 한번 유인하여 결과지로 만들어 두면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결과지를 유인하는 시기와 방법이 아직도 적절하지 못하다. 전년에 자란 가지를 결과지로 유인할 때, 가지의 끝 쪽을 자르고 곧바로 눕혀 평행으로 묶어 유인된 가지의 중간 부위에는 도장지가 많이 발생하여 단과지 수가 줄어들고, 끝 쪽의 새가지의 생장도 약해진다. 따라서 결과지로 키울 새 가지는 첫해에는 지면으로부터 20~40도가 유지되고 휘어지지 않게 덕 철선에 묶어 단과지가 잘 형성되게 관리하고, 2년차에는 단과지가 생긴 곳까지만 결과지를 지면에 평행이 되도록 고정하고, 가지의 끝은 높게 유인시키는 것이 우량 결과지를 키우는 요령이 된다.
다섯째, 배는 품종에 따라 전정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고는 워낙 단과지가 잘 형성되고, 유지도 쉬어 비교적 전정이 쉬운 편에 속한다. 그런데 전정이 끝난 신고 품종의 과수원을 살펴보면 도장지는 모두 제거하고 단과지만 남겨두는 것이 겨울전정의 전부인양 생각하는 농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신고 품종이라 하더라도 해마다 묵은 가지의 15~20% 정도를 새 가지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최근 육성된 원황, 화산, 만풍배 등의 새로운 품종들은 신고 나무와 자라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지를 빨리 바꾸어야 하고, 여름철 전정과 유인을 통하여 예비지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엄동설한에도 배나무는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미 배의 꽃눈은 암술, 수술 등의 기관들이 발달하여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뿌리는 미세한 온도변화를 감지하여 1월 중순 무렵이면 벌써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갖추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 과수원의 겨울전정은 새해에도 배 농사를 잘 짓기 위한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금년에도 맛있고 품질이 좋은 배를 생산하여 재배농가 모두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기를 바래본다.
■농진청 원예원 배시험장 농업연구사 최장전
저작권자 © 원예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